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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 심

 

우리 일행은 사라나드로 여정을 옮겼다. 우리는 삼홍(Samhong)이라는 린포체(Rinpoche)를 만나기 위하여 그의 사무실로 찾아 갔다.

그는 여러 개의 대학을 갖고 있었고, 제자도 많았으며 티벳 사람들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침 그의 사무실에 있었다. 대학의 중요한 부서에 있는 교수로부터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삼홍 린포체는 우리에 대하여 미리 알고 있었다. 그는 정중하게 우리를 맞이했고, 스승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였다.

"지금까지 세상에는 깨달음의 길이 누구에 의해서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내가 그 깨달음의 길에 대해 말할 것이니,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해 주기 바란다. 어떻게 인간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첫째, 거짓이 없어야 한다. 둘째, 있는 일을 보아야 한다. 셋째, 양심과 용기가 커서 끝없는 사랑이 자기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내 말이 맞는가, 틀리는가?" 삼홍 린포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여행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에게 물 한 잔도 제대로 대접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사람들을 찾아서 비행기를 타고 인도로 와야 하고, 영국으로, 방콕으로, 미국으로, 아프리카의 국가로 가야하는 이유는 나의 깨달음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나의 일에 도움을 준다면 나도 당신을 도울 것이다. 린포체를 구하는 일은 일반 사람을 구하는 일보다 더욱 어렵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에게 있게 하겠다. 나는 분명히 당신과 약속하겠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도울 일은 당신이 알고 있는 티벳 사람들 중에서 아주 의지가 굳고 뛰어난 양심과 용기가 있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를 깨닫게 해서 티벳 민족 속으로 돌려보내 줄 것이니, 그가 당신 민족의 삶을 구할 것이다. 나의 이러한 제의를 받아들이겠는가?" 린포체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다음날 우리는 뉴델리로 가기 위해 고라플 기차역으로 갔다. 인도에서는 예약없이 기차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승과 나는 고라플 기차역 역장에게 직접 찾아가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사진이 든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이분은 특히 I.I.T 공과대학, 네루대학 등의 인도의 유명한 대학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뉴델리에서 중요한 모임이 있는데 가능한 한 빨리 뉴델리에 도착할 수 있도록 티켓을 달라고 언성을 높였다.

역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사람을 시켜 티켓을 알아보게 했다. 컴퓨터를 두드려 티켓을 알아보았지만 뉴델리까지 가는 빈 좌석은 없었다.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우리는 뉴델리 이전에 내리는 티켓을 사고 밖에서 기차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같아 기차를 포기하고 짚차를 빌려 뉴델리까지 가기로 했다.

'뉴델리에 가면 누가 우리를 기다려줄까?' 스승은 지난 번에 왔을 때 만났던, 요가를 한다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호텔을 정하고 짐을 던져 놓고 사람을 찾으러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뉴델리의 남쪽에 위치한 잼 불교의 사원에서 지난번 만났던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인도 비카널이라는 지방에 있는 잼 불교의 지도자를 추천했고 그를 만날 수 있게 주소를 적어 주었다.

비카널까지는 짚차를 타고 뉴델리에서부터 만 이틀동안 길 위에서 장장 700㎞ 이상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오랜 자동차여행에서는 특히 화장실이 문제다. 가끔 씩 주유소에서 쉬지만 어디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한번은 주유소에서 잠깐 쉬는 동안 화장실을 찾았지만 없었기에 가까운 민가를 찾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중히 물었다. 집주인은 이상한 웃음을 지었고 들판을 가리키며 저기가 화장실이라고 말하고 웃는 것이었다.

비카널에 도착해서 아침을 겨우 먹었다. 제대로 씻지 못해 얼굴은 엉망이었고 피로 때문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 기운이 없어서 뒤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나를 보고 스승은 다그쳤다. 허벅지를 꼬집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

제일 먼저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잼 불교의 지도자가 머무는 곳이 아니어서 다시 차를 돌려 그가 머무는 사원으로 갔다. 그곳은 마침 대중 집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강당에서 그를 기다렸는데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리 곁으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왔다.

잼 불교의 지도자는 우리에게 앉으라 하고는 강연을 하려고 했다.

스승이 말했다.

"난 너희의 말을 들으려고 온 자가 아니다. 난 타타가타(覺者)이다. 난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러 온 자이고, 진리를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자이다." 스승의 말을 듣고 있던 잼 불교 지도자의 제자가 자기 스승도 깨달은 자라고 말했다.

스승이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무엇을 깨달았느냐?" 그 지도자는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스승이 말했다.

"깨달았다는 것은 있는 일을 보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있는 일을 볼 수 있다면 나는 있는 일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다. 5 더하기 5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10도 되고 15도 된다고 대답을 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인데 한 종교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밑에서 배우는 제자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 그들은 아무 것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 지도자는 대화 중에 스승과 한 번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스승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해 쩔쩔매면서도 엉뚱한 말만 했다.

왜 사람들은 스승 앞에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 종교의 지도자 정도라면 뭔가 근사한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들의 말과 행동은 나를 실망시켰다.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뉴델리로 돌아오는 길에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다시 태국의 방콕으로 가기로 했다. 11월에 내리는 비를 맞고 감기가 걸린 상태로 방콕의 더운 열기를 맞이했다. 나는 방콕의 유명대학을 찾아다니며 스승을 소개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스승의 소개와 세계의 유명대학에서 강연한 경력이 담긴 메시지를 보고 여러모로 관심을 보였다.

출라롱콘 불교대학 총장의 배려로 대학에서 강연하게 되었다. 교수와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까지 포함해 삼사 십 명 정도가 강의실에 모였다.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 중에 대다수가 깨달음에 대하여 알기를 원했기 때문에 스승은 특히 깨달음에 관한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완전한 깨달음은 해탈에서부터 온다. 완전한 업의 상실을 통해서 깨달음이 온다. 보는 자에게서 계속 듣게 되면 진리를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한으로부터 벗어난다. 모든 애착과 한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열반이라고 말하며 이 열반을 다른 표현으로 영적 평화를 얻은 상태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죽으면 극락왕생을 할 수 있다. 사랑과 고행 등을 통해 자기 속에 있던 모든 업을 태워버렸을 때 혹은 완전히 사라지게 했을 때 해탈에 이르게 되며, 해탈의 상태에서는 번뇌와 망상이 끊어지고 증오가 일어나지 않고 오욕에 얽매이지 않는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조용한 가운데 경청했다.

우리는 강연이 끝나고 나서 태국의 제1왕사가 살고 있는 사원을 찾아갔다. 제1왕사는 일전에 한번 스승을 만났었는데도 고령 때문인지 스승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방에 우리가 들어갔을 때 제1왕사는 우리에게 불상에 예의를 갖추어 경배를 하라고 했다. 우리는 절을 했지만 스승은 왕사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왕사는 영어를 알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영어 통역을 다시 태국어로 통역을 했다.

스승이 깨달음에 대해 말을 했을 때 왕사는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스승은 "명상을 통해서는 절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라고 했다.

왕사는 스승의 당당한 말씀에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제2왕사를 우리가 찾아간 날은 불교행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었다. 그러나 우리를 만난 제2왕사의 태도는 정중했고 진지했다. 그는 우리와 오랫동안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스러워 했고 다음에 우리가 또 태국을 방문할 때 자신을 만나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만 한 달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 왔다. 여행을 통해서 스승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나에게 직접 경험하도록 해주었고, 확인을 시켜주었으며 하나하나 내가 이해할 수 있게 가르쳐 주었다.

내가 스승을 따라 다니면서 이러한 여행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는 좋은 삶이란 오로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무지를 깨우치는 일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사람들의 무지를 깨어 주는 일로 힘들어 하시던 스승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여행은 참으로 감동적인 여행이 되었다.